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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2 18:27 - L00KFAR

[실시간 여행기] 나홀로 31일 동남아 여행 - Epilogue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순간 가슴 속에서 무엇인가가 울컥 올라오지만 애써 내리 누른다.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게 기억 되고 싶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지 3주가 되었다. 이번 여행으로 내 안에 많은 것이 변했다. 덕분에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었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59일의 날들은 지난 날들의 후회와 고통을 위로해준 고해성사였으며 내 자신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비춰준 거울이었다. 이 여행을 통하여 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난 6년을 정리할 수 있었고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에 복귀하니 불확실했던 많은 것들이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밤잠 못 이루며 고민하고 아파했던 것들의 부질없음을 느꼈고, 바쁜 생활에 외면되어 왔던 가치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와 함께, 애써 외면해 왔던 우리 사랑의 한계를 직면하게 되었다.
마음이 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랑이 지속되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어도, '나'와 '그녀'는 행복하지 않게 될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도 알고, 그녀도 알던 사실이지만, 6년의 시간은 변화를 허락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20대와 내 30대를 오롯이 바친 우리의 시간은 '이별'에 대한 생각 자체를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 이번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행복한 이별을 했다. 하노이에서 만났던 호르헤가 '행복한 이혼'을 했다고 했을때는 이해 못했지만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별이 그저 행복할 수 있다고 믿기에는 사실 나는 이별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며, 마음 아파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게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둘다 알고 있다.
이제 진짜 여행은 끝이 났다. 이번 여행은 지난 6년간의 내 삶을 정리하면서, 6년간의 내 사랑도 가져갔다. 삶은 영화와 다르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선택'이 있고, 그 선택을 한 나에 대한 믿음이 있을 뿐이다. 이제 내 인생에서 가장 스펙타클했던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고 다음 장을 열어본다.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새로운 나를 맞이한다.


  1. 깜짝놀랬습니다. 여행기를 읽을 때만 해도 결말은 결혼으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말이죠.
    그래도 용기있게 진심과 과감히 마주신 것 축하드립니다. 여행을 통해 한단계 성장하신 것 같아서 보는 저도 괜히 훈훈해지네요 ㅎㅎ

    • BlogIcon L00KFAR 2015.07.12 23:40 신고

      사실 저도 그럴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삶은 정말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네요.

  2. 이로운 이별은 있을 수 있어도 행복한 이별이 있을 수 있나 싶네요.
    우연히 저와 비슷한 스타일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감정과 의식의 흐름이 인상적이라 계속 보게 되었습니다.
    귀국하신 후에도 왠지 여행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라 블로그에 종종 들어와 보았는데
    오늘에서야 정말 끝이 났네요.
    늘 여행기를 읽으면 여행을 가고 싶어 몸부림 쳤는데, 어째 이번엔 있던 여행욕구도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마치 제가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과 비슷하네요.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로운 인생의 장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3. 신창훈 2015.07.13 23:24 신고

    아.....경훈씨..ㅠㅠ

  4. 제이케이 2015.07.14 17:40 신고

    음... 첫 사진을 보면 에필로그 사진으로 어울리지 않다 생각 했는데... 내용에서 사진의 의미를 찾네요..
    그동안 함께 여행 한 기분이었고....
    가끔 다시 여행기 보러 올께요..

  5. 양사나이 2015.07.19 01:53 신고

    클량에서 글을보다가 중독이 되다시피 했었고 여행 기간 내내 정말 간접경험을 잘하였습니다.
    최종 정리해서 에필로그 알려주신다 해서 간만에 들어와 봤는데 이런 감당하기 힘든 글이 있네요.
    여행에서 얻은 힘, 일상에서 빛을 발하길 바랍니다. 더좋은 미래가 열리도록 기원하겠습니다.

  6. 음 슬프면서도 새로운 시작이기도했던 사랑을 응원합니다. 브런치에서도 뵀는데 여기서도 글을 또 읽고 있어요 ^^ 여행 경비 얼마나 들었냐고 묻던 사람입니다ㅋㅋㅋ...내가 알아봤어야하는건데 너무 정보가 없어 경황없이 여쭸네요ㅠㅠ그리고 이글을 읽으면서 같은 분 글인데 왜 다르게 느껴지던지...알 것 같습니다. 담담한 느낌이였는데 브런치에서는...여기서는 아이같고 좀 더 감정이 섬세하고 풍부하게 느껴지네요 저만 느낀건가요? 헿 무튼 여행이 나에게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해주는 글이였어요.
    좋은 감정을 글로 옮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7. 비졀 2015.08.08 12:49 신고

    마지막화가 끝이 제대로 난것같지 않아 이후 이야기를 읽으려고 몇번을 들낙거리다 오늘에서야 읽게되었네요.. 어떻게 말을해야할지모르겠지만 수고많으셨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기는것을 보면 이번 여행기가 참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감동을 준 좋은 글이었던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8. 겔라 2015.08.16 20:29 신고

    여행기 너무 잘봤어요 마지막이 너무아쉬워요 결혼으로 끝날줄 알았는데

  9. 행복한 이별은 없습니다.비겁한 회피!만 있을 뿐입니다. 이번여행기로 내삶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는데 이번 마지막글은 읽지말았어야했어. 후회가 됩니다.

  10. 라오스편부터 우연하게 글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틀동안 중반부터 여기까지 마치 한편에 소설을 읽는듯 저도모르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소설속 인물을보듯 두분사랑을 응원했는데 마지막 글 내용때문인지 아련한 기분이들게하네요
    솔직하고 담담한듯하나 또 감성적인듯한 느낌때문에 제 감성과 너무 잘맞아서 이틀동안 행복했습니다
    나머지 앞부분은 좀 아껴뒀다보고싶네요
    잘봤습니다
    종종 이런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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